💻시작하며
몇 년전에 저는 IoT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랑 별로 관련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I/O에서 나온 스위처 라는 제품을 사용해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어떻게 그걸 접하고 구매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불을 켜기 위해 일어날 필요가 없고 핸드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세계였습니다.
게다가 한정적으로나마 자동화가 가능한 것도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야 할 시간에 불을 켜주면 기분은 나쁘지만 바로 일어날 수 있었죠.
그 당시 스위처 제품은 (지금도 그렇지만)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벨크로를 이용해서 기존 전등 스위치 위에 부착하고 사용하는 방식이였습니다.
기계 내부에서 발이 튀어나와 물리적으로 스위치를 눌러주는 방식이였죠.
전기 관련 지식이나 네트워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전등 스위치 모양만 맞춰 그 위에 부착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제어하는 방식은 초심자에게는 딱 좋은 방법이였습니다.
그러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작동하는 기계적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소음,
스위치 위로 툭 튀어나와있는 볼품없는 디자인 (그나마 스위처가 나은 편이긴 합니다),
블루투스라는 한계상 자주 끊어지는 연결품질과 가격 문제는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게다가 3구짜리 내준다고 해놓고서 여태 안내준 I/O.....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룸에서 경험해본 IoT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시작하고 투룸으로 이사오게 되면서 스위처를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전등 스위치가 너무 많아졌거든요.
3구짜리도 필요한데 스위처는 3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년간 IoT는 무슨 원시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고 불을 켜겠다는 욕망은 아직 제 안에 잘 살아있었습니다.
🛠️ 다시 IoT의 세계로
2년간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창문이나 커튼 자동으로 쳐주는 기계는 필요 없으니 (있으면 좋겠지만) 불이라도 켜주면 좋겠다..... 하고요.
이젠 스위치 위에 추가적인 기계를 다는게 아니라 스위치 자체를 교체하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스위처 말고도 많은 장비들이 나와있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건 명확했습니다.
1. 특정 어플에 종속되지 말고 애플 HomeKit으로 제어 가능할 것 (그래야 시리한테 시켜먹으니까)
2. 예쁜 디자인
3. 싼 가격
몇년간 네트워크와 개발 실력을 잘 쌓아올린 (그렇다고 주장하는) 저는 근거없는 자신감과 함께 무작정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 장비 골라보기
시중에는 많은 IoT 스위치들이 나와있습니다.
근데 국내에서 파는건 너무 가격이 높고 디자인이 제 취향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니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봤습니다.
제 경험상 알리는 대부분의 경우에 해답이 되어줬습니다.
📡 프로토콜 고르기
IoT 장비들도 기계니까 서로 통신하기 위해서 여러 프로토콜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예전부터 오래 사용된 Zigbee, 차세대 표준인 Matter, 그리고 각자 알아서 사용하는 WiFi 기반 프로토콜까지.
개인적으로는 Matter로 가고 싶었지만 집에 스위치가 몇갠데 알리 기준으로도 하나당 50달러 넘어가는 가격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지그비를 사용하는 장비로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먼저 실행해보신 분도 많고, 알리에 싼 장비도 널렸습니다.
💡 스위치 고르기
그러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에 중성선이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중성선이 뭔지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모르는 분을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냥 전원선입니다. (저도 이렇게밖에 모릅니다)
스위치는 전기가 항상 연결된 활선과 스위치를 켰을때만 전기가 연결되는, 전등에 전기를 연결하기 위한 선(이름을 모릅니다)이 기본적으로 연결됩니다 (2선)
전기라는게 +, -가 같이 연결되어야 하는거라 활선 하나만으로는 기계를 동작시킬 수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잘 모릅니다.)
아무튼 스위치라는 것도 밖에서 조작하려면 전원이 켜져있는 기계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원격으로 눌렀을 때 작동하니까요.
만약 중성선 없는 집에서 중성선이 필요한 장비를 작동시키려면 전기공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데 제 집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월세사는 하찮은 직장인인데.....
다행히 중성선 없는 지그비 스위치도 시중에는 널렸습니다.
그 중에서 골라잡기만 하면 됩니다.
전기가 연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작동하냐구요?
미세 전류가 어쩌구저쩌구 하던데 잘은 모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방식이 어떻든 작동하기만 하면 됩니다.
단점으로는 미세전류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불이 미세하게 깜박일 수 있고, 이걸 해결하려면 전등에 캐패시터라는 걸 달아줘야 한다고 합니다.
......일단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어떻게 다는지는 문제가 생겼을때 알아보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다들 알다시피 220볼트를 씁니다.
정확하게는 AC(교류) 220V 60Hz를 쓴다고 합니다.
교류가 뭔지 모릅니다. 60Hz는 모니터를 살때 말고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뭐 대충 비슷한거겠지 생각합니다.
일본은 동쪽과 서쪽이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가전제품이 호환이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걸 생각해보면 60Hz 지원이 안되면 한국에서 못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준이 정해졌습니다.
220V 60Hz 지원되는 장비를 사야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스위치라는건 눈에 보이는 버튼 말고도 벽 안으로 들어가는 부품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이 친구의 사이즈가 벽에 들어가야 합니다.
다행히 집마다 다르지 않고 한국 표준에 따라 정해진 사이즈가 있습니다.
근데 중국에서 파는 물건이 한국 표준을 지킬리가 없습니다.
잘 골라서 사야 합니다.
저도 정확하겐 잘 모르지만, 대충 이렇다고 합니다.
사이즈를 참고해서 골라봅니다.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디자인이 구립니다.
터치로 키는 스위치? 절대 안됩니다.
누가 항상 스위치를 보고 버튼을 누를까요. 대부분 손가락 감각으로 누를텐데 터치는 말도 안됩니다.
항상 핸드폰으로만 키고 싶지 않으면 기본적인 스위치 모양은 있어야 합니다.
개꽁알만하게 생긴 스위치?
저걸 또 어떻게 찾아서 누를까요. 최소한 원래 쓰던 사이즈 정도는 되어야죠.
눈물을 머금고 알리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찾다 포기하고, 찾다 포기하고.
이거다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중성선 필요. 라고 적혀있고....
결국 이 과정에서만 몇달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걸 찾았습니다.
이렇게 생긴 장비인데,
프레임도 얇고 버튼 영역도 넓은게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1~3구까지 사이즈도 다양합니다.
제가 고른건 이 사이즈였는데 위에선 구버전이라 내부 박스 가로가 52mm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밑에서 말하는 47mm가 맞습니다.
이상하게 벽에 꽉 들어갔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표준 사이즈는 55랬는데 왜 47이 꽉 끼었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이걸 살 때까지만 해도 한국 스위치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방식인줄 알았는데,
그냥 점 없는 영역만 누를 수 있는 버튼식입니다.
게다가 불을 키면 사진에 있는 점에서 LED가 점등됩니다.
물리적으로 스위치 켜짐/꺼짐을 구분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가격이 싸니까 괜찮습니다.
하나당 30달러도 안합니다.
환율이 눈물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30달러면 싼게 맞습니다.
찾아보면 더 싼것도 많은데 그냥 진행하기로 합니다.
🗼 스위치를 원격으로 작동시킬 장비 고르기
지그비를 작동시키려면 전파를 쏴줘야 하고 그걸 쏴줄 장비도 필요합니다.
다행히 시중에는 그런 장비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작동시킬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맙소사.
일이 점점 커집니다.
근데 아직도 특정 어플(회사)에 종속되고 싶지 않다는 결심은 확고합니다.
그러던 중 Home Assistant라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지그비나 matter를 통합해서 허브처럼 동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 회사에서 주도하는게 아닌 오픈소스라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삼성 스마트싱스도 좋아보이긴 하는데 전 애플 유저라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애플 하는 꼬라지를 보면 다른 회사 기계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꼴이 없는데 삼성이라고 다를까... 싶은 생각이 강했습니다 (선입견입니다)
게다가 집에 이미 시놀로지 920+ 나스가 있습니다.
나스에 도커를 띄워서 거기서 구동시키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도커 관련 지식도 수박 겉핡기로는 알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일단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선배들이 말하기로는 sonoff 지그비 동글이 괜찮다고 합니다.
무작정 삽니다.
이 친구를 샀습니다.
USB 모양에 안테나가 달려있는게 직관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이 회사의 지그비 동글은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건 EFR32MG21 기반이라고 합니다.
다른건 CC2652P라고 부르던데 뭔지 잘 모릅니다. 그냥 다른가보다 합니다. 예로부터 뭔가 다르면 제대로 돌아가는 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무작정 사면 안됐습니다.
나스에 USB를 꽂을 자리가 없습니다.
이미 다 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집 제일 구석에 있는 컴퓨터 방에 나스와 공유기가 같이 있는데,
안방에서는 와이파이도 간당간당합니다.
(이유를 모릅니다. 그렇게 큰집도 아닌데 이상하게 안됩니다)
암튼 지그비 통신이 원활하게 될거라는 상상이 안됩니다.
USB 허브를 달까?
안테나 선을 연장해서 거실까지 쭉 달아오면 괜찮지 않을까?
💻홈서버 구성하기
그러다가 번쩍하고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미니 PC를 사자.
얼마전 N100이라는 인텔 CPU가 핫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땐 흥미로웠지만 쓸때가 없어서 못샀습니다.
이젠 쓸모가 생겼습니다.
바로 삽니다
사실 그냥 사고 싶었던거 같기도 합니다.
이걸 샀습니다.
8기가 램에 256기가 SSD입니다.
10만원도 안하는 돈에 컴퓨터를 사다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뜯어보니 램에는 라벨도 없고 SSD는 듣보잡 허접한게 꽂혀있습니다.
다행히 M.2 슬롯은 있으니 교체해도 될거 같습니다.
근데 일단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벌써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지갑이 아픕니다.
돌려보고 문제 생기면 바꾸면 되죠 뭐.
USB 포트도 많고 쪼끄만게 마음에 듭니다.
이 친구를 거실에 놓고 여기서 지그비 신호를 쏘면 온 집에 다 닿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눅스를 깔아서 도커를 돌릴까...
윈도우를 깔아서 도커 데스크탑을 돌릴까....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대로 윈도우를 깔았습니다.
이제부터 저희집 홈서버는 윈도우입니다.
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깔아보고 싶었습니다.
💵 쓴 돈 계산해보기
이제 하드웨어 살만한건 다 산 것 같습니다.
한번 계산해봅시다.
일단 스위치 3구 하나, 2구 하나, 1구 4개를 사는데 100달러를 썼습니다.
6개에 100달러라니. 상당히 괜찮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받아 할인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수 계산을 잘못해서 1구 5개를 사야하는데 하나 빼먹고 산거 빼고는 다 좋습니다.
지그비 동글은 12달러 정도 줬네요.
뭐 나쁘지 않습니다.
뒤늦게 구매한 N100 미니 PC도 할인 쿠폰을 잔뜩 먹여서 74달러 줬습니다.
합쳐서 186달러....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오늘기준 27만원.
카드 수수료까지 하면 얼마나 나갔는지 모릅니다.
이게 이렇게 돈을 쓸 일인가? 싶은데 어쩌겠습니까.
이게 다 제 취미인것을.....
취미에 30만원이라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거 같기도 합니다.
몇달 아꼈으니 쓸때가 되기도 했죠.
가격은 다시 생각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미 샀으니 늦었습니다.
낙장불입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은 더 저렴하게 구성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서버를 나스를 썼으면 10만원은 아꼈을텐데.....
이 친구가 문제인거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쓸모를 찾아서 돈을 뽑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용도가 늘어나면 가성비도 늘어납니다.
마침 윈도우를 깔았으니 원격으로 접속해서 이것저것 할 수 있습니다.
뭘 할지는 차차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직은 쓸모가 없습니다.
다음에는 소프트웨어를 구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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